현실 속 ‘둥근 지구’는 앞으로 계속 걸어 나가면 온 세상을 다 만날 수 있는 유한한 공간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코로나19로 혼란스러워진 세상은 디지털로 무장된 무한한 가상공간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새롭게 떠오른 ‘디지털 지구’는 언택트 문화가 지속되면서 온라인이라는 가상 환경 속에서도 현실감을 경험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줍니다. ‘메타버스’는 현실 공간이 아닌 거대한 디지털 공간으로, 가상세계와 현실세계를 연결하는 보다 확장된 공간을 말하는데요. 가상과 현실세계를 촘촘히 연결하며 우리들의 일상 속으로 빠르게 스며들고 있습니다. 다가올 미래 역시 현실 세계와 다를 바 없는 다양한 경제적, 사회적 활동이 이루어지는 메타버스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공간이 더해지고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내며 무한히 확장하고 있는 메타버스, 그 의미와 특징, 미래 가치 등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메타버스’라는 단어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92년 발표된 소설 ‘스노 크래쉬’입니다. 미국의 공상과학 작가 닐 스티븐슨은 이 소설에서 메타버스를 ‘컴퓨터가 3차원으로 구현한 상상의 공간’이라고 표현했는데요. 이미 30년 전에 지금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다양한 가상세계가 소개된 것이죠. 메타버스는 ‘가상’, ‘초월’을 뜻하는 ‘Meta’와 ‘우주’ 또는 ‘현실세계’를 의미하는 ‘Univers’가 결합되어 ‘가상의 현실세계’를 뜻합니다. VR(가상현실)이나 AR(증강현실)보다 더 확장된 개념으로 현실과 같은 사회∙경제∙문화 활동이 가능한 가상의 세계를 가리키는데요. 우주가 팽창하듯 디지털 코드들이 확장하며 만들어진 메타버스는 무한한 시공간과 에너지, 물질들로 구성된 우주처럼 무한한 가상의 시공간과 데이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즉, 물질세계에 ‘우주’가 있듯이 디지털 세계에는 ‘메타버스’가 존재하는 것이죠.
메타버스는 현실세계를 반영하지만, 가상세계에서 표현되므로 물리적 제약이나 한계가 없습니다. 따라서 가상공간에서는 현실과 유사한 실재감을 원하고, 현실공간에서는 가상 세계의 시스템을 활용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요구가 기술의 발전과 언택트 생활과 맞물려 하나의 큰 흐름이 되었는데요. 특히, 메타버스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경제적, 사회적 활동이 현실세계와 같다는 점에서 코로나19 시대를 지나며 ‘현실과 가상을 오가는 경제 시스템’으로 급속히 진화하고 있습니다.
메타버스는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인터넷 등 디지털 미디어에 담긴 가상현실의 세상입니다. 가상현실은 실제와 유사하지만, 실제가 아닌 인공적인 환경을 통해 현실의 공간과 차단된 상태에서 보여주는 가상공간인데요. 예전엔 ‘가상현실(VR)’이라고 표현했지만, 지금은 대부분 메타버스로 불리고 있습니다. 메타버스와 가상현실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소통’입니다. 가상현실은 다양한 가상현실 상황을 1인칭 시점으로 체험할 수 있다면, 메타버스는 같은 가상현실에서도 다른 사람들과의 소통이 가능한 것이 특징입니다. 하지만 지금도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는 메타버스를 하나의 고정된 개념으로 단정하기는 어려운데요. 미국의 기술연구재단인 ASF는 구현하는 형태가 무엇인지, 현실을 모방하는지, 개인 혹은 사회적 관계에 초점을 맞추는지 등에 따라 메타버스를 ‘증강현실, 라이프 로깅, 거울 세계, 가상세계’ 등 4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소개했습니다.
2D나 3D로 표현되는 가상 물체나 인터페이스가 실제 세계와 겹쳐지게 하여 상호 작용이 가능한 환경을 구축하는 것을 말합니다. 즉, 현실공간에 가상의 물체를 겹쳐 보이게 하면서 상호작용을 하는 환경을 의미하는데요. 현실세계에 효과를 입혀서 특수성과 편리, 새로움을 만드는 기술이죠. 스마트폰 앱으로 가상현실 속 포켓몬을 잡는 ‘포켓몬Go’ 게임이나 가상과 현실을 구분하기 힘든 생생한 증강현실 속 게임을 보여주는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등이 이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일상의 정보나 행동 방식 등 사용자의 실생활에서 일어나는 모든 순간을 텍스트나 이미지, 동영상 등으로 서버에 저장하고 이를 다른 사용자들과 함께 공유하는 것을 말합니다. 한 마디로 일상을 온라인으로 공유하는 것을 의미하는데요. 사물과 사람에 대한 일상적인 경험을 캡처하고 저장하며 묘사하는 기술이죠.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에 사진을 올리거나 ‘블로그’에 일기를 작성하고, ‘인터넷 라이브’를 시청하는 것 등 일상에서 흔히 이루어지고 있는 일들이기도 합니다. 또, 센서가 부착된 스포츠웨어를 입고 움직임을 저장한 후 사용자들과 경험을 공유하기도 하고요. 이에 따른 다양한 포스팅과 피드백은 생각지 못했던 지혜를 발견하거나 새로운 정보를 얻을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실제적인 현실의 모습이나 정보, 구조 등을 그대로 가져가서 복사하듯 만들어낸 메타버스를 가리킵니다. 즉, 현실세계를 거울에 비추듯 사실적으로 반영해 가상의 공간을 온라인에 만들어 놓은 것입니다. 메타버스 하면 전형적으로 떠오르는 이미지이기도 하죠. 대표적인 ‘구글어스’는 전 세계 위성사진을 수집하고 업데이트하면서 변화하는 현실세계를 반영합니다. 또, 음식 주문배달 앱 ‘배달의민족’, 숙소 예약 서비스를 제공하는 ‘에어비앤비’, 원격 수업 및 회의를 위한 ‘줌’ 등은 현실에 있는 공간을 데이터로 만들어 디지털로 구현한 것인데요. 기술이 진보할수록 거울 세계는 점차 현실에 가까워지고, 이를 통해 사용자들은 현실의 정보를 편리하게 얻을 수 있습니다.
현실과는 다른 공간이나 시대, 문화적 배경, 등장인물, 사회 제도 등을 가상세계에 디자인해 놓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것을 말합니다. 다시 말해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세상을 온라인에 만들어내는 것이죠. 가상세계에서는 자신의 본래 모습이 아닌 아바타를 통해 완전히 새로운 세계에서 활동하게 되는데요. 특히, 가상세계에서만 누릴 수 있는 탐험, 소통, 성취의 기쁨을 현실세계와 비교하여 더욱 효율적으로 경험할 수 있습니다. 주로 ‘포트나이트’나 ‘리니지’와 같은 온라인 게임 콘텐츠로 구현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기업들과의 다양한 콜라보를 통해 홍보의 장으로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메타버스의 혁신 요인은 기술성과 편의성입니다. 최신 IT 기술의 집합체라고 할 수 있는 다양한 기술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새로운 혁신을 이루는 원동력이 되고 있는데요. 특히, AR과 VR은 물론, 몰입형 실감 기술(XR), 빅데이터, 5G, 인공지능 등 메타버스의 기술적 진보는 점차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술적 편의성은 메타버스를 구현하는 플랫폼의 증가와 함께 ‘현실의 나’와 ‘가상의 나’가 제3자와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초월적 경험, 현실과 가상공간을 넘나드는 수월한 상호작용 등을 가능하게 해줍니다. 특히, 메타버스의 높은 편의성은 게임, 놀이, SNS 등 다양한 서비스를 통해 가상공간에서의 생활을 더욱 친근하고 편리한 것으로 인식시키며 빠르게 일상을 파고들고 있습니다.
메타버스의 또 다른 혁신 요소는 바로 가상세계 안에서의 경제 시스템입니다. 가상공간에서는 자체적으로 통용되는 가상화폐를 통해 거래할 수 있고, 디지털로 필요한 무엇인가를 만드는 생산과 노동 활동도 이루어지는데요. 이러한 시스템 아래 이뤄지는 모든 경제 활동을 ‘가상경제’라고 합니다. 게임 머니인 도토리로 꾸미는 ‘싸이월드’, 토지를 구매하거나 기업을 운영하면서 린든달러를 사용하는 ‘세컨드 라이프’, 직접 게임을 만들어 플레이어들에게 수익을 거둘 수 있는 ‘로블록스’, 필요한 아이템이나 옷을 구매하기 위해 크레딧을 지불하도록 하는 ‘제페토’ 등 대부분의 가상세계에서는 독자적인 가상경제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가상경제 체제는 참여자들의 동기부여는 물론, 가상 세계의 지속가능성을 만드는 가장 강력한 원동력이 됩니다. 현실세계에 존재하는 소유와 공유, 가치 변동, 생산과 소비 등의 개념이 디지털로 구현된 가상세계에서도 경제의 흐름을 만들고 있으며, 이는 현실세계와 가상세계가 서로 연결되어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메타버스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지 정확히 알 순 없지만, 새로운 메타버스를 창조한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들의 차이는 더 크게 벌어질 것입니다. 이에 따라 최근 정보통신기술(ICT) 분야뿐만 아니라 전혀 무관한 분야에서도 메타버스에 관심을 갖고 뛰어들고 있습니다. 수많은 가능성을 지닌 메타버스는 새로운 놀이와 소통의 공간을 뛰어넘어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거듭나는 중입니다. 대표적인 업무 플랫폼 기업인 ‘호핀’의 가치는 급성장 중이며, ‘페이스북’은 가상현실 화면에서 여러 작업 공간이 등장하고 그 화면을 통해 업무를 할 수 있는 ‘인피니트 오피스’를 소개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혼합현실을 통해 함께 대화하고 업무할 수 있는 ‘메쉬 플랫폼’ 서비스를 선보였고요. 특히, 메타버스 플랫폼 기업들은 패션이나 엔터테인먼트, 제조, 교육 등 다양한 지식재산권을 가진 사업자와 제휴 및 협력 관계를 맺으며 사업 분야를 확장하고 있는데요.
메타버스의 특정 IP 기반 아이템에 제휴 기업의 브랜드나 제품을 노출시키고, 현실세계에서도 실제 제품의 구매로 이어지도록 유도합니다. 실제로 가상현실 게임에서 ‘구찌’ 패션쇼가 열리고, 게임 마크가 새겨진 ‘루이뷔통’ 가방과 신발이 출시되었으며, 팝가수가 게임 캐릭터로 등장해 신곡을 발표하는 등 다양한 협업이 이루어지고 있죠. 메타버스를 통해 보유하고 있는 IP의 활용성을 높이고, 새로운 고객 창출로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매출 증가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디지털 창작물 및 콘텐츠에 희소성과 소유권을 부여하여 자신의 창작물을 상품화하고, 암호화폐 등을 대가로 판매하여 수익을 창출하기도 합니다. 즉, 메타버스 창작물의 거래로 얻은 소득을 현실 세계의 화폐로 환전함으로써 메타버스 기반의 현실과 가상의 융합 경제 활동을 실현하고 있는 것입니다.
확장된 메타버스의 크기만큼 우리가 사는 세상의 크기도 커졌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앞으로 더 많은 시간을 메타버스 안에서 보내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인터넷이 등장하며 인류의 삶을 혁신적으로 바꾼 것처럼 메타버스로 우르르 모여드는 사람들은 또다시 거대한 변화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메타버스 속 삶이 아무리 빛난다 해도 현실 세계가 있기에 메타버스가 존재하는 만큼, 직면한 문제나 책임을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메타버스에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가상세계를 기반으로 빠르게 현실세계로 확장하고 있는 메타버스를 현명하게 활용하는 것이 더욱 중요한 이유죠. ‘아날로그 지구’로는 부족했던 욕구를 채우기 위해 만들어진 ‘디지털 지구’로의 변신은 이미 시작되었으며, 거대 혁신의 바통은 이제 메타버스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빠르게 준비하고 대응하는 자만이 살아남는 새로운 세상, 미래로 향하는 메타버스에 승차해 새로운 미래와 시장을 선점하세요!
글 / 효성 FMS 편집팀